꿈꾸는 바보들을 위한 찬란하고도 아픈 청춘의 기록, 영화 라라랜드 리뷰입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가 만난 마법 같은 사랑, 현실의 벽 앞에 부서지는 꿈의 파편들, 그리고 가슴 미어지는 결말 속 ‘만약에’라는 상상이 남긴 먹먹한 여운을 2030의 잔잔한 감성을 담아 솔직하게 전합니다.
꽉 막힌 도로 위에서 시작된 서막, 꿈꾸는 바보들의 찬란한 만남
유난히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어느 삭막한 퇴근길이었습니다. 지칠 대로 지쳐 침대에 누웠는데 문득 마음을 달래고 싶어 영화 <라라랜드>를 다시 재생했습니다. 영화의 오프닝, 꽉 막힌 고속도로 위에서 수많은 청춘이 자동차 지붕 위로 올라가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추는 ‘Another Day of Sun’ 시퀀스는 볼 때마다 가슴을 뛰게 만듭니다. 현실의 우리는 꽉 막힌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무기력하게 살아가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가슴 속에 뜨거운 ‘꿈’이라는 불꽃을 품고 살아갑니다.
자신의 정통 재즈 클럽을 차리겠다는 고집스러운 꿈을 가진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과 끝없는 오디션 낙방에도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미아(엠마 스톤 분). 인생에서 가장 무모하고 가난했던 시절에 만난 두 사람의 사랑은 보랏빛 석양이 물든 그리피스 천문대 언덕 위에서 탭댄스를 추던 순간 가장 눈부시게 빛납니다. 아무런 계산 없이 오직 서로의 열정과 재능을 응원하며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하던 두 청춘의 서사는,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순수하게 갈망하고 가슴 뛰어본 적이 있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며 묘한 슬픔을 자아냅니다.
초록색 드레스와 재즈 선율, 현실의 무게에 바래져 가는 로맨스의 색채
이 영화가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를 넘어 위대한 명작으로 남은 이유는 달콤한 연애의 이면에 도사린 ‘현실의 벽’을 지독할 정도로 냉정하게 포착해 내기 때문입니다. 사랑만으로 배를 채울 수 없는 차가운 현실 앞에서 세바스찬은 미아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싫어하는 대중적인 밴드에 합류해 타협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반면 미아는 여전히 꿈의 본질을 쫓으며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죠. 서로를 향해 쏘아붙이던 차가운 식탁 위의 말다툼은,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도 지독한 현실의 무게 앞에서는 서서히 빛을 바래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매일 회사에서 생존을 위해 내 가치관과 타협하고 껍데기뿐인 성과를 쫓아가는 저 자신의 모습이 세바스찬의 피아노 건반 위에 겹쳐 보여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미아가 입었던 화려한 초록색, 노란색 드레스의 강렬한 원색들이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질수록 무채색과 회색빛으로 변해가는 연출은 가슴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서로의 손을 놓아야만 하는 청춘들의 딜레마는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이 겪어봤을 서글픈 성장통이기에, 영화가 중반부를 넘어갈수록 화면을 바라보는 내내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조여오는 듯한 아픔을 느끼게 됩니다.
미처 쓰지 못한 소설 같았던 결말, ‘만약에 우리법’이 남긴 눈물의 미소
시간이 흘러 스타 배우가 된 미아가 우연히 남편과 함께 들어간 재즈 클럽 ‘Seb’s’. 그곳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세바스찬이 미아를 발견하고 건반 위에 손을 올리는 순간, 영화는 7분간의 경이로운 이프(If) 시퀀스로 관객의 눈물샘을 폭발시킵니다. “만약에 우리가 그 고속도로에서 처음 만났을 때 키스를 했다면, 만약에 내가 너의 오디션을 따라 파리로 갔다면, 만약에 우리가 끝까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스크린에 펼쳐지는 가상의 행복한 미래는 잔인하리만큼 아름다워서 오히려 가슴이 미어집니다.
연주가 끝나고 두 사람이 멀리서 서로를 바라보며 아주 옅고 슬픈 미소를 교환하는 마지막 결말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여운을 남깁니다. 비록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서로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는 무언의 고마움과 인사가 그 눈빛 속에 모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삶이 팍팍하고 내가 걸어온 길에 후회가 가득한 밤마다, 이 영화를 틀어놓고 대성통곡을 하며 무너진 마음을 위로받곤 합니다. 꿈꾸는 모든 바보들을 향해 대미언 셔젤 감독이 건네는 아프고도 따뜻한 인생 최고의 웰메이드 로맨스 걸작입니다.

영화 <라라랜드>는 저스틴 허위츠의 감동적인 재즈 선율과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의 눈부신 열연이 만들어낸 청춘들을 위한 완벽한 위로장입니다. 화려한 뮤지컬 시퀀스와 시대를 초월하는 미장센은 127분의 러닝타임 내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며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고 느껴지는 오늘 밤, 이 영화의 마지막 피아노 선율을 통해 당신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찬란했던 청춘의 기억을 다시 한번 가만히 안아주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